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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영화객실에서 가위질 당한 영화보기..

생명의바다 2013. 4. 8. 16:20

지난 3월말 서울 출장을 다녀오면서 KTX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일반좌석은 매진이라 처음으로 영화칸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KTX영화칸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네요.. 1호실이라.. ) 한참을 걸어 도착해 보니 일반석과 별다른점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분들도 영화칸은 일반실 좌석 매진으로 이용하시는 듯 일찌감치 취침모드로 접어드시네요.

기차가 출발하고 영화가 시작됩니다. 첫 자막의 내용이 기차시간에 맞춰 편집되어 있다 뭐 그런내용이네요... 왠지 감이 좋지 않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어도 타이틀도 뜨지 않습니다. KTX예매시 영화관람이 목적이 아니라 출장복귀가 목적이라 영화제목도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조금있으면 나오겠지라고 기대했으나 결국 영화 제목은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급하게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911테러 등 영화의 내용을 중심으로 추리하다보니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겨우 제목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폭풍속으로], [스트레인지 데이즈], [허트 로커]로 유명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 라는 영화였습니다. 검색하면서 빈라덴과 관련된 영화다 라는 정보 정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영화속으로 돌아와 CIA의 활약상(?)을 열심히 따라갔지만 도무지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특징은 과도할 정도로 친철하다는 것인데 이영화는 명확한 인과관계 조차 보여주지 않는 불편한 영화인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이영화에 대한 평을 쏟아야 겠다고 고민하면서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동대구역에서 환승 기차를 기다리면서 좀더 세부적인 내용을 알기위해 본격적으로 검색을 시작합니다. [제로 다크 서티] 좋은 관객평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평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상하네요. 왜 그렇지?? 심지어 미국에서는 상도 받았다네요.. 고민하면서 영화 정보를 보다가 놀라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KTX 상영 영화정보 / 자료출처 코레일 홈페이지)

 

(자료출처 :네이버 영화정보 )

헉~~ 이 영화의 런닝타임은 157분.. 그러나 내가 본것은 102분.. 대략 55분 정도가 날라갔습니다.. 대략 1/3이 없어졌네요.. 소위 가위질 입니다.  이정도의 가위질을 감독이 허락했을리는 없고.. 그럼 누가 가위질을 했을까요?? 영화를 가위질 할 권리를 배급사나 상영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을까요?

몇해전 뤽 베송의 [제5원소]를 상영횟수를 늘리기 위해 국내 상영작에 대해 창작자와의 어떠한 상의도 없이 20분을 가위질을 했다가 뤽 베송이 이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고 뤽 베송은 이후 [택시]에서 한국인에 대한 비하로 그 복수를 대신 했습니다. 그 이후 무분별한 가위질은 많이 줄어들었었죠.  

 영화에 대한 배급사의 무분별한 가위질은 창작자에 대한 결례이며 문화예술에 대한 몰이해와 관객을 무시한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창작물을 재편집할 수 있는 권한은 창작자에게만 있어야 하니까요..

 KTX의 영화객실의 경우 세계최초 열차 영화관이라고 광고했었죠.. 그러면 영화에 대한 부분별한 가위질도 세계 최초가 되겠군요..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사실을 알았다면 분명 국제적 망신이 되었을 것입니다. )

 영화요금은 7,000원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일반객실 매진으로 특실보다 싼 영화객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7,000원은 극장에서의 관람료를 생각하면 그렇게 싼가격이 아닙니다. 게다가 55분 가위질해서 1/3이 없어졌으면 관람료도 줄여주셔야 합니다..

상영시간에 제약(광명에서 동대구까지만 영화 상영, 약 105분 )이 있다면 런닝타임이 짧은 영화를 구해서 상영해야 합니다. 최신영화가 없다면 오래된 영화일지라도 가위질 없는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것이 영화를 상영하는 자들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객실의 운영을 포기하는 것이 더 바랍직 합니다. 무리하게 가위질해서 영화의 내용조차 알 수 없는 상영보다는 그편이 더 창작자와 관객을 위하는 길일 것입니다.